국제 국제일반

"생명 위협 느껴" 히잡 벗은 이란 女 체스 선수, 보복 무서워 간 곳은

이란 체스 선수 사라 카뎀이 28일 히잡을 벗은 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국제체스연맹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이란 체스 선수 사라 카뎀이 28일 히잡을 벗은 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국제체스연맹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히잡을 벗고 국제 대회에 참가해 세계적 관심을 받았던 이란의 여성 체스선수 사라 카뎀(25·사진)이 정부의 보복을 피해 스페인으로 이주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가디언 등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카뎀이 남편과 아이와 함께 스페인으로 이주할 예정이다.



카뎀은 최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국제체스연맹(FIDE) ‘세계 래피드&블리츠 체스 챔피언십’에 히잡을 쓰지 않고 참가했다. 당시 카뎀은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발언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지난 9월 사망한 뒤 이란 내 ‘히잡 시위’의 도화선이 된 마흐사 아미니(22)에 대한 연대의 제스처로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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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파이스는 카뎀 측 관계자를 인용해 “카뎀이 이란으로 돌아갈 경우 히잡을 쓰지 않은 사진이 공개된 것으로 인해 목숨이 위험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카뎀 부부는 스페인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로 아파트 위치를 공개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카뎀이 해외에 거주하더라도 위치가 알려질 경우 이란 최정예군 혁명수비대 해외요원들이 암살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이 선수가 지난 9월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이후 이란의 엄격한 여성복장 규정을 위반한, 가장 최신의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란에서는 마하사 아미니라는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한 사건 이후 100일 이상 반정부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이란의 스포츠클라이밍 선수 엘나즈 레카비(33)가 히잡을 쓰지 않고 국제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 참가한 바 있다. 이 선수는 히잡을 쓰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하면서 이를 실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근 외신은 엘나즈 가족의 주택이 보복으로 완전 철거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지난 2019년 이란 당국의 이스라엘 선수와의 체스 시합 금지령에 불복하고 국가대표 자격을 포기한 세계랭킹 4위 알리레자 피리우자(19)도 망명 후 프랑스에 머물고 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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