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외국 인력에 문호 개방하되 불법 체류 막을 시스템 갖춰야


정부가 산업 현장과 농촌의 인력 부족에 대응해 올해 외국인 근로자 공급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 적응을 위한 사전 교육 등 인력 공급 시스템을 정비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불법체류자만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비전문취업비자(E-9) 규모를 11만 명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2004년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20년 만에 최대 규모다. 코로나19 이후 국가 간 근로자 이동이 제한되면서 중소기업과 농촌의 일손 부족이 심각해진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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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외 인력 공급 목표를 달성한다고 해서 산업 현장의 인력 부족 현상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인력을 빨리 보내달라고 하니 현지 브로커들은 사전 교육을 충분히 하지 못한 채 숫자 채우기에만 급급하다. 이 때문에 한국에 온 외국인 근로자는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1월 기준 불법체류자는 41만 2659명으로 전체 국내 체류 외국인의 18.8%에 달한다. 일본의 불법체류자가 2020년 기준 8만 3000여 명(2.9%)에 불과한 것과 대비된다. E-9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는 입국 전 45시간, 입국 후 16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토픽)과 건강검진만 통과하면 된다. 일본은 6~8개월간 사전 교육을 받도록 하며 기업이 직접 면접을 통해 일본 적응 가능성을 평가한다.

인구 절벽이 현실화된 만큼 국내 노동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외국 인력 유입이 필수적이다. 특히 한국을 주거·교육·복지 등 측면에서 살기 좋은 ‘매력 국가’로 만들어 해외의 고급 인재들이 몰려들게 해야 한다. 그러나 불법체류 급증으로 범법 행위 등 잠재적 사회 문제가 확산되지 않도록 충분한 교육을 하는 등 외국 인력 선발·관리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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