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한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해 제조 기업 10곳 중 9곳이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노란봉투법이 경제, 산업, 일자리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9~10일 제조업체 202개 사를 대상으로 노란봉투법에 대한 의견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88.6%가 ‘기업과 국가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고 14일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원청을 하청 노조의 사용자로 규정해 교섭과 쟁의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논란이 된 노란봉투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응답 기업 86.6%(부정적 68.8%, 매우 부정적 17.8%)는 이 같은 노란봉투법이 국내 산업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일자리에 있어서도 86.1%(부정적 70.3%, 매우 부정적 15.8%)가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직접적인 근로 관계를 전제로 형성된 현행 노사관계법제도·관행과 충돌할 뿐 아니라 불법 행위를 합법 행위로 바꾸는 입법에 해당한다”며 “입법 처리 시 산업 현장은 불법 파업이 늘고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란봉투법 입법에 따른 기업 입장에서의 영향으로는 복수 응답을 허용한 가운데 ‘빈번한 산업 현장 불법 행위’(56.9%), ‘사업장 점거 만연으로 생산 차질 발생’(56.9%) 등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이어 ‘손해 누적에 따른 경영 타격’(50.5%), ‘정치 투쟁 증가’(30.2%), ‘국내 기업 생산 투자 기피’(27.7%), ‘외국 기업 국내 투자 기피’(16.3%) 등이 꼽혔다.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 업체에 교섭을 요청하고 파업할 수 있도록 한 조항과 관련해서는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간 갈등’(55.0%)이 발생할 것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원청의 연중 교섭’(47.0%), ‘산업 현장에서 원청 업체와 하청 노조 간 파업 등 노동 분쟁 증가’(46.0%), ‘하청 업체 근로 조건 결정권한·독립성 약화’(31.2%)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공급망 재편으로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는 제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협력업체·하청노조가 대기업과 직접 교섭할 수 있게 되면 수많은 중소기업의 독립성과 경쟁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