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中면세점 CDFG, 인천공항에 입성하나

28일 제안서 마감 앞두고 '경계1호'

주요 브랜드 확약서 받고 적극 준비

공항에 제안서·위임장 등 구체 질의

막강 자금력에 국내업계 '예의주시'

인천 발판 아시아·태평양 확장할듯


인천국제공항이 면세점 입찰을 위해 오는 28일 제안서 접수를 마감하고 3월 중 업체를 선정할 예정인 가운데 국가 주도로 급성장한 중국 국영면세점그룹(CDFG)이 이번 입찰 경쟁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CDFG는 지난달 인천공항의 관련 설명회에 참석하며 화제를 모았으나 당시만 해도 ‘인천공항이 입찰 흥행을 위해 내놓은 카드일 뿐 당장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국내 면세 사업자들 사이에서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제안서 마감을 앞두고 CDFG가 국내외 주요 브랜드에 입점 확약서까지 받는 등 구체적 행보를 보이자 국내 사업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면세사업자들은 인천공항 입찰 마감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27일 1터미널과 2터미널 면세사업권 입찰 신청을 마감하고, 다음 날까지 사업 제안서를 받는다. 이번 입찰에서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권은 △향수·화장품·주류·담배 2개(DF1·2) △패션·부티크 2개(DF3·4) △부티크 1개(DF5) 등 총 5개다. 참여 기업은 DF1·2와 DF3·4·5에서 1곳씩 최대 2개 사업권을 가져갈 수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은 이전처럼 높은 액수(임대료)를 적어내며 사업권을 따내려는 ‘쩐(錢)의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코로나 19로 인한 업황 악화와 막대한 임대료 부담으로 입찰에 열을 올릴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 세계 1위’ 타이틀에 막강한 자본력을 지닌 CDFG의 등판은 국내 면세 기업들에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영국의 면세 전문지 무디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CDFG의 매출은 93억6900만 유로로 전 세계 사업자 중 1위다. 2위 롯데(40억4600억 유로)와 3위 신라(39억6600억 유로)의 매출을 합한 것보다 큰 규모다. ‘정부 주도’, ‘단기 성장에 따른 내실 부족’ 등의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상황에서 CDFG가 다른 나라 국제공항 입찰 전에 처음 등판하는 것은 이제 본격적으로 해외 공항을 공략하며 세를 불리겠다는 신호탄과도 같다. 인천공항 입찰에 성공할 경우 이를 레퍼런스 삼아 향후 다른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국제공항 면세점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공항 면세점 운영 경력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는 국내 시내 면세점 진출을 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CDFG는 인천공항에 입찰 제안 요청서 서식별 인감 날인이나 참가 신청 위임장 제출, 매출액 증명을 위한 대체 자료의 사용 여부 등을 확인하는 한편, 제안서 글꼴이나 글자 크기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문의하는 등 꼼꼼하게 이번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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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입찰 심사는 인천공항공사(임대료 40%, 사업계획 60%)와 관세청 점수를 반씩 반영해 고득점 업체를 선정한다. 인천공항은 임대료 영향력이 여전히 커 이 부분에서 CDFG가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관세청은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 △운영인 경영능력 △사회환원·상생협력·기업활동 △시설 관리권자 평가 등의 항목을 들여다보는데 단기간 급성장한데다 해외 사업 경험이 많지 않은 CDFG의 경우 이 같은 인프라나 역량 평가에서 열세를 보일 수 있다. 국내 A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 사업 자체가 상품을 사입하는 구조이다 보니 보세 화물 관리가 중요하고, 관련 인증도 매년 유지하기 위해 시스템을 계속 점검하는 등 신경 쓰고 있다”며 “오랜 기간 이 사업을 하며 인프라를 갖춰 온 회사들이 이런 부분에선 한참 앞서는 게 사실이지만, 현재로선 입찰가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중국의 이번 등판이 향후 국내 면세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CDFG의 급성장이 자국민의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리려는 중국 정부의 전략에 따른 것이었던 만큼 인천공항 입점 시 한국 면세 산업이 의존하는 중국 고객 이탈은 불가피하다. 공항을 이용하는 중국인들이 자국 면세점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항 면세점 전반의 품질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B 면세점 관계자는 “CDFG의 경우 코로나를 기회 삼아 단기간에 성장한 탓에 상품 구색부터 고객서비스 품질까지 국내 사업자에 비해 매우 뒤떨어진다”며 “결국은 이용객들이 그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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