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지지율이 계속 하락해 더불어민주당에 역전을 당하더니 4·5 재보궐선거에서도 완패했다. 특히 보수 텃밭인 울산에서의 참패는 뼈아플 것이다. 울산 남구 구의원 보선에서 민주당에 패배했고 울산 교육감 선거에서는 보수 성향 후보가 진보 성향 후보에게 38.05% 대 61.94%로 크게 뒤졌다. 울산을 지역구로 둔 김 대표가 선거 기간에 두 차례나 울산을 찾아 화력을 쏟아부었지만 여권 후보들은 맥없이 무너졌다.
이번 재보선에서 여당의 패배 요인은 스스로 초래한 것들이다. 김 대표는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다짐하고도 사무총장·정책위의장·대변인 등 당의 요직을 친윤계 일색으로 채웠다.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친윤계 인사의 당선이 유력하다. 당 지도부 인사들의 부적절한 언행도 도를 넘고 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캠페인을 제안해 실소를 자아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4·3 기념일과 5·18 정신을 폄훼하는 잇단 실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산불이 났는데도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강원지사는 골프연습장에 갔고 김영환 충북지사는 술자리를 가졌다. 김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볼썽사나운 언쟁을 벌였다. 이러니 안이한 자세를 보이는 ‘웰빙 여당’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집권당이 유능하게 일하는 정책 정당으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국정 실패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김 대표는 6일 “국민과 당원들께 송구스럽다”면서 최고위원들의 잇단 실언에 대해 사과하고 30석 이상의 국회의원 수 감축 방안을 제시했지만 별다른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국민의힘의 체질을 확 바꾸고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을 적극 뒷받침하는 한편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는 여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지 않고 주 69시간 근로제 개편안처럼 정책 혼선을 빚으면서 부적절한 언행을 반복한다면 내년 총선에서도 여소야대 체제를 바꿀 수 없다. 결국 윤석열 정부의 후반기 국정 동력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여당이 재보선에 나타난 민심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