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한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가 이르면 5월 중단됨에 따라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 5건이 계류돼 있다. 하지만 의사·약사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가 심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의료법을 심의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 소속 의원 13명 가운데 의료계 출신은 모두 5명이다. 지난달 21일 열린 제1법안소위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여야 모두 비대면 진료 허용을 위한 법 개정에 부정적이었다. 국민의힘은 “철저한 평가와 검증”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이었고 더불어민주당은 “의료 민영화의 디딤돌”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우리나라에서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위기 단계가 ‘심각’일 때만 허용돼 단계가 낮아지면 법적 근거를 상실한다. 방역 당국은 5월 전후로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빨리 법제화하지 않으면 비대면 진료는 국내에서 불법이 되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는 2000년 시범 사업으로 첫발을 뗀 후 관련 법안이 많이 발의됐지만 ‘오진 사고 빈발과 대형 병원 쏠림’을 주장하는 의료계의 반발 등에 막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2020년 2월~2023년 1월)간 한시 시행된 비대면 진료 3661만 건 중 사고는 5건에 불과했다. 비대면 진료는 세계적인 흐름에도 맞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법제화가 안 된 나라는 한국뿐이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이탈리아를 빼고는 모두 비대면 초진까지 허용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87.8%가 ‘재이용 의향이 있다’고 할 정도로 국민들의 호응도 높다. 정치권은 비대면 진료 허용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기득권 집단에 휘둘리지 말고 오로지 국민의 건강과 편익을 우선해 비대면 진료 합법화를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