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시론]전세사기 주택 공공매입은 부작용이 더 크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최근 인천시 미추홀구에서 청년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생을 달리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건축왕’으로 불리는 악성 임대인뿐만 아니라 임차인들에게 신뢰를 줘야 할 공인중개사·감정평가사들이 조직적으로 범죄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적이다. 지난 정부 시기 집값 급등으로 높은 가격으로 체결된 전세계약의 만기일이 현 시점에 집중 도래하고 있어 피해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기존에 발표한 전세사기 대책이 현장에서 잘 안착하고 있는지, 기존 대책만으로 피해가 충분히 구제되고 있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피해 임차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논의되는 방안으로는 전세 피해주택의 경매신청 유예 및 이미 진행 중인 경매의 일정 기간 중단, 피해자에 경매 우선매수권 부여, 피해주택 낙찰 시 구입자금 저리 대출 등이 있다. 정부는 이런 방안들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피해자 중에는 거주지에서 당장 퇴거 불안을 느끼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정부가 앞장서서 피해자들의 주거안정을 최대한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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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피해자 구제책으로 공공매입을 주장하고 있다. 임차인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에서 우선 채권을 매입한 후 피해금액을 선보상하고, 이후 공공이 경·공매, 매각 등을 거쳐 자금을 회수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매입은 단기적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현재 피해 임차인들이 공공매입을 통해 원하는 것은 임대보증금의 보전이다. 만약 공공이 매입할 경우 보증금 보전 효과는 물론 있겠지만 악성 임대인을 대신해 공공이 공적재원을 투입해 모든 피해를 책임지는 꼴이 될 것이다. 이는 결국 국민들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며 피해가 확대될 경우에는 국가 재정에도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최근 정부는 보증금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에서 임차인들로부터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해당 임차주택을 낙찰받은 후 피해 임차인에게 장기간 저렴하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피해 임차인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주거안정이고 이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특히 전세계약은 사적 금융의 영역인 만큼 공적재원으로 사인 간에 발생한 채무, 즉 악성 임대인의 채무를 직접 변제하겠다는 대안보다는 합리적으로 평가한다.

끝으로 전세사기 관련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여야 구분없이 입법 지원 등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특히 지난 정부 시기 집값과 전세값 급등으로 전세사기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한 점과 그간 피해를 줄일 기회가 이전부터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못한 부분 등을 고려할 때 야당도 이번 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책임공방을 벌이라는 말이 아니다. 여야 모두 정치적 손익을 따져 당론을 결정하지 말고 당장 피해자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하며 현재 가장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상생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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