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 작품을 많이 봄으로써 (일본이) 다른 나라보다 성범죄율이 낮다고 하더라고요.”
넷플리스 예능 ‘성+인물’ MC 신동엽이 일본 AV 배우들을 만나본 뒤 한 말이다. 금기로 치부되던 성(性)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펼쳐 놓는 포맷으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은 ‘성+인물’이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한 것이 이거였을까 갸우뚱하게 된다.
‘성+인물’은 다양한 나라의 성인 문화 산업을 파헤쳐보는 프로그램의 첫 시즌을 ‘성(性)진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에서 시작했다. MC인 신동엽 성시경이 직접 일본으로 건너 가 AV 남녀 배우와 호스트바 종사자, 성인용품 제작자 등을 만나 인터뷰하고 성인 VR방, 성인용품점 등을 직접 체험해 본다. 보수적인 성 문화를 가진 한국가 대비되는 이곳은 새로운 것 천지다.
유명 AV 배우들은 성인물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며 직업의식, 고액 연봉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AV 촬영 스튜디오가 따로 있다는 것, 여자에 비해 남자 배우들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 그들 사이에도 계급이 나눠져 있다는 등은 흥미롭게 들린다.
거침없고 적나라한 묘사는 ‘성+인물’의 포인트다. ‘섹드립의 신’이라고 불리는 신동엽마저도 부끄러워 말문이 막힐 때가 여러 번이다. 그의 빨갛게 달아오른 귀를 클로즈업하는 연출도 반복된다. 수준급의 일본어 실력으로 통역을 도맡은 성시경이 한국어로 내뱉기 난감해하는 모습 역시 웃음 포인트로 사용된다.
아이러니하다. 분명 AV 업계에는 이면이 있기 마련인데 긍정적인 면만 부각됐다. 편견을 타파하고 유쾌하게 연출하겠다는 의도로만 보기엔, 만연한 성착취 음란물 문제가 겹쳐 보인다. 일본은 아직도 AV 출연 강요로 인한 인권침해 이슈가 계속되고 있다. 일본 민법상 성인 연령 기준이 이달부터 만 18세로 낮아지면서 고교생 AV 출연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인물’의 포커스는 편향적으로 느껴진다.
앞서 정효민 PD와 신동엽 성시경이 호흡을 맞췄던 ‘마녀사냥’과는 다른 양상이다. ‘마녀사냥’은 지금보다 더 보수적이었던 10년 전 방송계 분위기를 바꿔놓은 프로그램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낮이밤져’ 같은 19금 신조어를 탄생시키는 과감함과 잘못된 연애 방식은 비판할 줄 아는 솔직함이 센세이션 했다. 성시경이 사연을 듣고 “쿨한 척 사람들에게는 쿨 몽둥이를 들어야 한다”며 제 일처럼 나섰던 것은 지금봐도 공감하며 웃을 수 있는 장면이다. 반면 “데뷔하기 전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다 울었다”고 하는 AV 여배우에게 “(부모는 자식이) 진정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그게 무슨 일이건 다 이해한다”고 위로하는 ‘성+인물’의 신동엽에게는 쉬이 공감할 수 없다.
음지 문화가 양지로 나오고 있는 세대다. 개그맨 김경욱은 일본 호스트바 직원이라는 설정의 부캐릭터 다나카로 음원 발표와 팬미팅, 단독 콘서트까지 한다. 흠칫하면서 웃게 되는 아슬아슬한 선이 인기 요인이다. ‘성+인물’은 과연 선을 잘 탄 것인지, 답을 정해 놓고 시청자들을 편중된 시선으로 쏠리게 한 건 아닌지 곱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