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기요금 순차적으로 더 올리고 노조도 구조조정 동참해야


정부가 16일부터 전기·가스 요금을 각각 ㎾h당 8원, MJ당 1.04원 인상하기로 했다. 5.3%에 달하는 이번 인상으로 4인 가구는 전기 요금을 월 3020원, 가스 요금을 월 4430원 더 내게 됐다. 지난해 인상분(㎾h당 19.3원, MJ당 5.47원)까지 감안하면 공공요금 추가 인상은 경기 악화로 시름하는 소비자와 기업의 숨통을 더 조이게 될 것이다. 이번 인상으로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적자는 일부 줄어들겠으나 여전히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한전의 경우 ㎾h당 13.1원 정도는 인상해야 누적 적자를 해소할 것으로 추산됐지만 이번 인상분은 이에 크게 못 미쳤다.



한전의 엄청난 적자는 문재인 정부의 비과학적 에너지 정책에서 비롯됐다. 낡은 이념에 얽매여 탈원전을 밀어붙이는 바람에 발전 단가가 높은 신재생 발전 비중을 높이면서 대규모 적자의 원인을 제공했다. 탈원전에 더해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까지 겹쳐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선거를 앞두고 이를 외면해 에너지의 가격 기능을 마비시키고 적자를 더 키웠다. 경영진과 직원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지방대가 넘쳐나는 상황인데도 한전은 호남 표를 얻으려는 문 정부의 공약에 편승해 한전공대 설립을 강행했다. 또 누적되는 적자에도 신규 채용을 늘리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등 방만 경영을 일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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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천문학적 규모의 적자를 해소하려면 순차적으로 전기료를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 추가 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설득하려면 한전 경영진과 노조가 더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고 간부급 직원의 임금 인상분을 반납하는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막대한 적자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80%에 달하는 일반 직원들도 임금 인상분 반납에 동참해야 하며 더 나아가 아예 임금 동결 등 뼈를 깎는 구조 조정 노력을 해야 한다.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는 한전공대와 다른 이공계 대학의 통폐합도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또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제작 착수를 계기로 원전 생태계를 복원해 발전 단가를 낮춰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에너지 절감 캠페인을 벌여 에너지 과소비 구조를 탈피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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