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함에 따른 전쟁 상황이 국제유가를 4% 이상 끌어올렸지만, 그 영향이 얼마나 이어질지를 두고 국제 금융시장에서 의견이 갈린다. 충돌이 이란 등으로 확산하고 미국의 추가 제재가 나오면 고유가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과거 오일쇼크 외에 중동지역 긴장이 유가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준 적이 없다는 점에서 제한적·단기적 영향에 그치리라는 예상이 공존한다. 다만 이 충돌이 얼마나 길어지느냐가 관건이라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으며, 따라서 확전을 막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10일 오전 10시 24분(한국 시간) 현재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대비 0.5% 하락한 배럴당 85.96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전날 4.34% 오르며 최근 6개월 사이 가장 상승폭을 기록했다가 바로 하락 반전한 셈이다.
요동치는 유가처럼 전문가들 의견도 갈린다. 에드 모스 원자재 리서치 글로벌 책임자는 9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국제 유가에 장기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번 충돌의 결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일부의 기대와 달리 감산을 완화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이 하마스 공격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이란을 향해 엄격한 제재를 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모스 책임자는 현재 유가에 미치는 영향의 초점은 이란의 생산량과 함께 나이지리아와 베네수엘라, 이라크, 리비아, 알제리 등 소위 ‘5개 취약국(fragile five)’에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미국이 베네수엘라 내 생산량을 늘리도록 기업들을 압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이번 충돌의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에너지 솔루션 전문업체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보고서에서 이번 분쟁과 관련해 원유 수급에 의미 있고 즉각적인 영향은 없다면서 최근 급등은 긴장 고조에 따른 일반적인 리스크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 회사의 로비 프레이저 글로벌 리서치 담당자는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 내 원유 생산량은 기본적으로 제로”라며 인근 지역 정유 수요만으로 세계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도 이번 분쟁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로선 이번 충돌이 다른 국가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 만큼 원유 가격에 미칠 장기적 영향이 미미하리라는 것이 모건스탠리의 판단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차례 오일쇼크를 제외하면 중동 분쟁이 오랜 기간 시장을 혼란에 빠트린 적이 없다”며 “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망령으로부터 포트폴리오를 보호하는 게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