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 10곳 중 3곳이 이사의 충실 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 시 상장 계획을 재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의 책임 가중으로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상장을 미루거나 취소할 경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취지에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비상장기업 237곳 중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46.4%)의 36.2%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상장 계획을 재검토(34.5%) 또는 철회(1.7%)하겠다고 밝혔다.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기업은 55.2%였고 밸류업 기대감으로 더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기업은 8.6%였다.
국내 비상장기업의 73.0%는 지금도 상장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주주 소송 위험, 공시 의무 부담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또 상법 개정 시 국내 비상장사의 67.9%는 지금보다 상장을 더 꺼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상장사가 상장을 지금보다 더 꺼리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복수응답)로는 주주대표소송과 배임 등 이사의 책임 가중(70.8%)을 꼽았다.
이와 함께 주주 간 이견 발생 시 의사 결정 지연(40.4%), 경영 보수화 우려(37.3%), 지배구조 등 분쟁 가능성 확대(28.0%), 이익 상충 시 주주 이익에 기반한 의사 결정 확대(24.2%) 등도 상장을 꺼리는 이유로 제시됐다.
최근 상법과 달리 상장사에만 적용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도입하자는 논의도 있었으나 이 역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재열 경희대 교수는 “자본시장법은 상법·민법 등 민사법에 기반하고 있다”며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을 개정한다 해도 자본 다수결 원칙과 법인 제도 등 우리 민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들 소지가 여전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