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원두 갈아라, 커피콩 먹어라, 노래 연습해라"…국립 박물관장 '이상한 지시' 논란

국립세계문자박물관장 '갑질' 의혹

부하 직원들 폭로 이어져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관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갑질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4일 JTBC 보도에 따르면 문체부는 지난해 문을 연 국립세계문자박물관 1대 관장에 김성헌 단국대 교수를 임명했다. 김 관장은 국내 최초로 커피학과를 만들어 '커피교수'로도 불렸다. 그런데 직원 A씨에 따르면 김 관장은 취임하자마자 신입 직원들을 한 시간 일찍 나오게 해 원두를 갈게 했다고 한다. 또 기존에 전자 결재로 하던 것까지 모두 대면보고를 하라며 관장실 앞에 직원들을 줄 세웠다고 A씨는 증언했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관장실에 보고를 하러 들어가면 김 관장이 커피콩이 있는 열매를 통째로 먹으라고 했다며 거절해도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B씨는 "커피를 못 먹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건 커피가 아니고 약이다' 이런 식으로 권유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직원들이 먹은 관장실의 커피나무는 한 커피 업체 대표가 준 선물이었다. 김 관장은 박물관 기념품과 답례품 등을 해당 업체 것으로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고, 박물관은 약 100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A씨는 "퀄리티나 무게를 비교하면 다른 원두에 비해서 비싼 걸로 알고 있는데 예산을 이렇게 개인적으로 유용해도 되나"라고 지적했다.

김 관장의 갑질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 8월 행사 진행 능력을 기르겠다며 직원 14명을 일방적으로 뽑아 합창단을 만들었다. 직원 C씨는 "영문도 모른 채 불려 와 노래 연습을 하고, 업무와 무관한 일로 평가받는 상황에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게다가 합창단의 지휘자는 김 관장의 교수 시절 조교 박 모 씨였다. 박 씨는 박물관 소속이 아닌데도 직원 명찰을 달고 전시 기획 등 여러 박물관 업무에도 개입했다.

이러한 김 관장의 행태에 대해 김재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은 "관장은 현재 그 조직이 마치 자기의 사적인 조직인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김 관장은 "직원들에게 커피 맛을 한번 보라고 한 것"이며 "조교 박 씨는 자문에 조언을 해주러 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인 문체부는 결과에 따라 김 관장의 해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김수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