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관객 연령이 10대로까지 내려가는 등 뮤지컬이 중년을 비롯해 젊은 세대에게까지 커다란 인기를 끌면서 한국 뮤지컬 시장은 ‘역대급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뮤지컬 ‘열풍’을 타고 업계에서는 하반기 ‘역대급 라인업’ 전쟁을 예고했다.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의 ‘알라딘’이 국내 초연을 하며 ‘지킬 앤 하이드’ ‘마타하리’ ‘명성황후’ ‘스윙 데이즈_암호명 A(이하 ’스윙 데이즈)‘ 등이 잇달아 개막해 뮤지컬 팬들의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업계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피할 법도 하지만 “비싸도 무조건 본다”는 뮤지컬 팬덤이 확고해지는 한편 관객의 저변까지 확대되면서 이 같은 치열한 경쟁에 뛰어드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알라딘’은 2011년 제작된 이후 약 2000만 명의 관객을 모은 ‘글로벌 메가 히트’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이번 공연이 초연으로 애니메이션을 능가하는 환상적인 마법 같은 무대와 토니상을 수상한 케이시 니콜로 연출 겸 안무의 화려하면서도 이국적인 군무 ‘사마의 춤’ 등도 브로드웨이에서 ‘알라딘’을 이미 관람했던 관객들 사이에서는 기대감이 높다. 특히 ‘알라딘’은 황홀한 마법에 빨려 들어갈 듯 ‘A whole new world’ 등 디즈니 특유의 호소력 짙은 감성적인 멜로디의 넘버들, 이국적이면서도 화려한 무대, 정성화, 김준수 등 ‘티켓 파워 1위‘ 배우들을 총출동하며 이성경은 이번에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하는 등 화제성이 집약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티켓 오픈 즉시 19만 원짜리 티켓까지 순식간에 ‘매진 행렬’이 이어지면서 내년 설 연휴, 겨울 방학 기간인 1월 7일~2월 2일 공연을 새롭게 편성했으며, 오후 2시30분 마티네(낮 공연) 공연까지 편성했다. 22일 샤롯데씨어터 개막.
‘지금 이 순간’ 등 넘버로 친숙한 ‘지킬 앤 하이드’는 올해 20주년을 맞이해 ‘뮤지컬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관객을 만난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베스트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을 각색한 작품으로 ’스릴러 로맨스‘라는 새로운 장르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는 ‘조지킬(조승우 지킬)’로 유명하다. 20주년 공연에 조승우는 참여하지 않으며 지킬과 하이드 역에 홍광호, 전동석, 김성철, 루시 역에 윤공주, 선민, 김환희, 엠마 역에 조정은, 최수진, 손지수 등이 출연한다. 29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개막.
2016년 초연 당시 8주 만에 10만 관객을 동원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마타하리’도 연말 대작 전쟁에 뛰어 들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본명 마가레타 거투르드 젤르)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마타하리 역에는 옥주현, 마마무 출신 솔라, 아르망 역에는 에녹, 김성식, 윤소호, 라두 대령 역에는 최민철, 노윤이 각각 캐스팅됐다. EMK뮤지컬컴퍼니 측은 “이번 네 번째 시즌에서는 지난 시즌에서 극찬을 받았던 서사를 한층 더 세밀하게 담아내면서도 담백하고 세련된 연출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을 것”이라고 전했다. 12월 5일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홀 개막.
이번에 초연하는 창작 뮤지컬 ‘스윙데이즈_암호명 A’는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 박사가 참여했던 ‘냅코 프로젝트’을 모티브로 삼는다. 1945년, 대한민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OSS(미국 CIA 전신)가 비밀리에 준비한 냅코 프로젝트는 8월 18일 작전 시행을 목표로 한국인 19명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이들의 작전은, 8월 15일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며 무산됐다. 유일한 박사가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지나고 나서야 밝혀졌다. 유일형 역에는 유준상, 신성록, 민우혁이, 일본인 장교 아버지와 조선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일본인 중좌 야스오 역에는 고훈정, 이창용, 김건우가 각각 출연한다. 19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개막.
내년 초연 30주년을 맞이하는 K-뮤지컬의 원조 ‘명성황후’도 지난 2021년 공연 이후 3년 만에 돌아온다. 한국에 뮤지컬 장르의 존재가 미미하던 1995년 초연 당시 창작 뮤지컬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던 작품이다. 국내 작품 최초로 브로드웨이 및 웨스트엔드로 진출했으며, 국내 뮤지컬 작품 최초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명성황후 역에는 김소현, 신영숙, 차지연, 고종 역에는 강필석 손준호 김주택, 홍계훈 역에는 양준모, 박민성, 백형훈, 대원군 역에는 서영주, 이정열이 캐스팅됐다. 대구 12월 10일 공연을 시작으로 2025년 1월 21일부터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