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휴업 상태였던 국회가 3월 정상화 수순을 밟으면서 유료방송 합산규제 등 산적한 ICT(정보통신기술) 관련 법안들의 처리도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ICT 산업 전반과 기업에 민감한 법안들이 계류돼 있는 만큼 업계에선 국회의 처리 상황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4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일 3월 국회가 문을 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미뤄뒀던 일정을 다시 잡고 법안 심사를 시작하게 된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이슈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다. 합산규제는 특정 기업 계열사들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총합이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막는 규제로 IPTV(인터넷TV)와 위성방송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KT(030200) 계열(KT+KT스카이라이프)을 겨냥한 것이다. 지난해 6월 3년 기한이 끝나 일몰됐지만 곧바로 합산규제를 다시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재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과방위에서 KT가 KT스카이라이프를 분리시키지 않으면 합산규제를 유지하겠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진 뒤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후 LG유플러스(032640)는 CJ헬로(037560)를, SK텔레콤(017670)은 티브로드를 각각 인수하기로 결정하며 유료방송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KT만 M&A전에 배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3월 중순경에는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미뤄뒀던 합산규제 결론을 내야 KT도 딜라이브 M&A를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라며 “유료방송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데 KT와 딜라이브만 속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내용의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업계에서 통과를 바라는 법안이다. 업계에선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비식별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비식별 개인정보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익명의 정보를 의미한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달 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식별 개인정보 규제를 풀어주면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에서도 데이터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추진 중이지만 정작 국회에선 처리가 계속 미뤄지는 상황이다.
이밖에 넷플릭스·유튜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기존 방송법 틀 안에서 규제하는 통합방송법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도 관심을 받고 있다. 통합방송법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IT 공룡의 국내 영향력이 커지면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만들어졌다. 하지만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하지 않는 넷플릭스는 신고사업자로 낮은 수준의 규제를 받는 반면 오히려 국내 OTT는 등록사업자로 더 높은 규제 대상이 되고 있어 ‘역차별’ 논란이 생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OTT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맞지만 국내 사업자만 더 힘들어지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서 심의하면서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서명법 개정안은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도록 한 기존 공인인증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