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외교·안보

[글로벌현장] 떠오르는 파키스탄

곽성규 주파키스탄 대사

'테러와의 전쟁'에 갈 길 멀지만

줄잇는 개혁 조치로 새전기 마련

경제·교육 등 韓과 협력 여지 커

신남방정책 파키스탄으로 넓혀야





인도는 이미 떠올랐다. 최근 연 7%대의 경제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 5월 총선에서 압승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재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10년 안에 일본을 제치고 미국·중국과 세계 최대경제국 자리를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방글라데시의 경제 성장도 놀랍다. 현재 연 7%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는 ‘빈곤의 종말’에서 방글라데시가 2005년 벌써 빈곤 탈출의 사다리에 올라섰다고 분석했다. 인도·방글라데시와 더불어 2억1,000만 인구 대국인 파키스탄도 부상할 수 있을까.


갈 길이 멀고 도전도 많다. 9·11사태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과 국제군의 공격을 피해 대규모로 잠입한 테러리스트들과 자생 무장단체의 테러 공격으로 파키스탄은 ‘테러와의 전쟁터’가 됐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6만4,000명이 넘게 희생됐다. 우리 대사관도 담장 밖에 모래 방어벽을 쌓고 창에 폭탄방지 필름을 붙여야 했다. 아직 테러의 잔불이 남아 있다.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지속해왔던 인도와의 카슈미르 분쟁도 진행형이다. 올해 2월 이 지역에서 인도와 공중전이 벌어졌고 전면전으로 번질 일촉즉발의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이 지역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정책이 교차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파키스탄이 일대일로의 일환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사업에서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편 이곳 외교가에서는 파키스탄 내 ‘법의 지배’가 요원하다거나 관료주의로 인해 일의 진행이 더디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지난해 7월 총선에서 유명 크리켓 선수 출신 임란 칸이 이끄는 소수당 파키스탄정의운동(PTI)이 승리했다. PTI는 만성적인 부정부패를 척결해 ‘새로운 파키스탄’을 건설하겠다는 기치를 내세웠다. 우리나라의 ‘고위공직자경제범죄수사처’에 해당하는 ‘국가책임국(National Accountability Bureau·NAB)’은 전직 총리 5명을 수사했으며 직전 총리와 야당 공동대표를 구속했다. 야당 대표들도 수사의 예외가 아니었고 많은 고위 공직자들이 처벌받았다. 새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중국의 지원을 받아내고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에 합의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쓰고 있다. 수출증진, 외국투자 유치, 인력 훈련과 송출, 관광 진흥 등 경제 재생과 혁신에 집중하는 가운데 사회·교육·보건 분야에서의 개혁 조치도 줄을 잇고 있다. 아나톨 리벤은 ‘Pakistan, a Hard Country’에서 파키스탄의 강점으로 영국에서 공부한 유능한 고위관료와 함께 자연재해와 테러공격 등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강한 복원력을 꼽았다.

1997년 우리 기업이 파키스탄 최초로 이슬라마바드~라호르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L그룹은 화학·제과·건설·음료 부문에 투자했다. 우리 기업들은 수력발전소 몇 기를 완공한 데 이어 4~5기를 추가로 수주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철도·정보기술(IT)·농업·교육·보건 분야도 협력 여지가 크다. 발루치스탄주는 해안 가두리양식 기술을 전수해주기를 희망했다. 사형판결이 불명확한 증거로 빈번하게 번복된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우리가 앞선 범죄 포렌식 분야의 협력도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성장을 이뤘고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정보화를 기반으로 재도약을 꿈꾼다. 파키스탄은 우리가 걸었던 길을 헤쳐 올 것이다. 2017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파키스탄 경제 크기가 오는 2030년 세계 20위에 오르고 2050년에는 16위로 우리나라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이 협력하자고 우리를 부르고 있다. 신남방정책의 외연을 파키스탄으로 넓혀야 할 충분한 이유다.
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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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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