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반구에 위치한 짐바브웨는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다. 이곳 9월은 겨울이 끝나고 본격적인 여름으로 접어들기 전 짧은 봄이다. 겨울에는 우리나라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새벽에 3~7도 정도까지 기온이 내려가는데 난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 사람들은 무척 힘들어한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매년 한결같지만 올해는 더욱 간절함이 느껴졌다. 경제적 곤경과 예년에 비해 낮은 기온, 계속된 전력난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겨울은 짐바브웨가 1980년 독립한 이후 가장 길고 추웠던 때로 기억되지 않을까 한다.
‘잠들지 않는 자’라는 의미를 가진 수도 하라레는 과거 남(현 짐바브웨)과 북(현 잠비아)으로 이루어진 로디지아(Rhodesia)의 중심지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기부족으로 저녁이면 어둠에 잠기는 도시가 됐다.
2017년 11월, 37년간 장기 집권한 94세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사임을 발표했을 때 짐바브웨 전국은 앞날에 대한 희망과 기대로 가득했다. 1990년대 백인농장 몰수와 인권문제로 인한 서방의 제재, 경제침체로 아프리카 내 부국에서 빈국으로 전락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2018년 7월말 대선을 통해 취임한 에머슨 음낭가과 짐바브웨 대통령은 “짐바브웨는 다시 일어날 것”이라면서 해외투자 유치와, 국제사회와 협력강화를 통한 경제회생을 약속했다. 2030년까지 중소득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비전 2030’도 발표했다.
그러나 대선결과 발표를 앞두고 발생한 유혈사태와 야당의 선거불복으로 새 정권의 앞날에 암운이 드리웠다. 올해 1월에는 전국적인 파업과 시위에 대한 군경의 대응과정에서 유혈사태가 재발했고 3월에는 사이클론으로 많은 인명이 희생됐다. 가뭄으로 댐 수위가 낮아지면서 심각한 전력난이 빚어지면서 국민들의 고통이 더해졌다. 높은 물가 속에 노조는 대폭적인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야당과의 극심한 대치상황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가중되는 경제난이 오랜 기간 누적된 구조적인 문제점들 때문이며 이를 중장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긴축경제 기조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면서 지속되는 서방 제재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는다.
짐바브웨는 현재의 어려움에도 풍부한 지하자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 중 가장 낮은 문맹률과 높은 교육수준, 친절하고 평화로운 국민성, ‘쇼나’ 조각으로 대표되는 문화예술 등 높은 잠재력을 가진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짐바브웨 관광청 기준 3만3000여 명의 우리 국민이 방문한 빅토리아 폭포를 비롯한 풍부한 관광자원이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와 짐바브웨 수교 25주년(1994년 수교)이 되는 해다. 주 짐바브웨 대사관이 겸임하는 인근 말라위(1965년 수교)·잠비아(1990년 수교)를 포함, 여타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 수교가 늦은 편이다. 그러나 짐바브웨의 잠재력과 협력 의지를 볼 때 향후 양국관계 발전 가능성이 크다. 짐바브웨인들의 한국과 한국문화, 한국경제발전 모델에 대한 관심도 높다. 지난해 짐바브웨 국영방송을 통해 ‘태양의 후예’ 등 2편의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고 올해에도 ‘화랑’ 등 3편이 인기리에 방송됐다. 음툴리 누베 짐바브웨 재무장관은 한국경제 관련 다수의 저술을 한 바 있다. 전쟁의 참화를 딛고 짧은 기간에 고도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의 발전경험을 배우고 싶어한다.
대사관이 올해도 여러 차례 열고 있는 한국영화상영회에서 우리 영화 ‘터널’이 짐바브웨인들의 큰 공감을 얻고 있다. 무너져 내린 터널 속에 갇혔다가 탈출하는 주인공을 보며 겨울추위 끝에 맞이하는 봄의 가치를 느끼고 1980년 독립 이후 건너온 긴 ‘터널’을 떠올리면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번영된 미래로 나아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듯하다.
다시 찾아온 봄, 짐바브웨의 발전 잠재력이 현실로 발휘되고 우리나라와의 협력관계도 한층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