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드디어 이뤘다. 여러분도 꿈이 있다면 열심히 노력해서 이뤄내길 바란다.”
‘이민자의 딸’ 소피아 케닌(22·미국)이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에서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따낸 소감을 밝혔다.
케닌(15위)은 지난 1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가르비녜 무구루사(32위·스페인)에게 2대1(4대6 6대2 6대2)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해까지 2019년 프랑스 오픈 16강이 메이저 최고 성적이었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 메이저 8강 고지를 밟은 뒤 내친김에 우승상금 412만호주달러(약 33억원)까지 챙겼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단식 우승도 지난 2018년까지 없다가 지난해 세 차례 달성한 그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4강에서 세계 1위 애슐리 바티(호주)를 물리쳤고 결승에서는 메이저 2승의 무구루사마저 제압했다.
이번 우승은 케닌과 가족들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것이었다. 케닌의 아버지이자 코치인 알렉산더 케닌은 1987년 당시 소련을 떠나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진짜 세계를 경험하고 아이들에게 더 좋은 미래를 안겨주고 싶었다”며 미국 땅을 밟은 알렉산더는 영어와 컴퓨터를 배우고 밤에는 운전 일을 하며 꿈을 키워갔다. 딸 소피아는 1998년 돌봐줄 할머니 등 친척이 살고 있던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몇 달 뒤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옮겼고 주니어 시절부터 테니스 유망주로 성장했다.
키(170㎝)가 큰 편이 아니고 서브 최고 시속 역시 160㎞ 초반으로 빠르지 않은 케닌은 다양한 샷 구사와 적절한 코스 공략 능력으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다. 이번 결승에서도 6차례 브레이크 포인트를 잡아 5번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승부사 기질을 과시했다. 케닌은 “어릴 때부터 (러시아 출신인) 마리야 샤라포바나 안나 쿠르니코바의 경기를 많이 봤는데 러시아 특유의 파이터 기질이 내게도 있는 것 같다”면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게 해준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21세80일로 2008년 샤라포바(당시 20세9개월) 이후 호주 오픈 최연소 여자단식 우승자가 된 그는 3일 발표되는 세계랭킹에서 7위로 올라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