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민노총 '강경파 비대위' 체제로…투쟁도 교섭도 '물음표'

위원장에 철도노조 출신 김재하

투쟁 가능성 높지만 비난여론 커

사회적 대화 나서기도 명분 없어

"차기 지도부 전까지 장외들러리"

김명환(오른쪽)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제14차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김명환(오른쪽)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제14차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815A04 민주노총 비대위원장시나리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집행부의 총사퇴로 강경파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섰지만 민주노총의 영향력이 예전과 같을지는 미지수다. 투쟁을 위한 대규모 파업과 시위는 가능하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각 사업장 노조에서 ‘양보 교섭’을 하라는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여론 비판은 물론이고 내부 반대라는 산부터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로 당선된 지도부에서도 달성하지 못한 사회적 대화에 나설 수도 없어 교섭력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결국 민주노총은 차기 지도부가 들어서는 내년까지 투쟁도, 교섭도 하기 어려운 ‘장외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민주노총, 강경파 비대위 체제로 전환=민주노총은 27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김 위원장의 사퇴를 공식 처리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차기 비대위원장은 김재하 부산지역본부장이 맡았다.

김 비대위원장은 강성 산별로 분류되는 금속노조 출신은 아니지만 강경파로 분류된다. 전국철도노조 부산본부장을 지냈고 현재는 민주노총 부산본부장과 민주부산행동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2013년 정부의 철도 경쟁체제 도입에 맞서 대규모 파업을 추진했다. 부산본부장 선거 공약에는 △비정규직·재벌·냉전분단 적폐청산으로 새 시대를 주도 △진보 단결과 사회 대개혁을 위한 연대 강화 등을 담았다. 애초 유력했던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산별 내부의 문제로 비대위원장을 맡기 어렵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쟁 시도 가능성 높지만…‘실효성은?’=민주노총에 ‘강성 비대위’가 들어선 만큼 당분간 대정부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민주노총 내에서도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 등 강경 산별노조를 중심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코로나19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노조법 2조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라는 ‘전태일 3법’ 추진에 동력이 붙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5%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됐고 특별연장근로도 경영상 사유에 의한 인가 기간이 사실상 연장돼 ‘소득주도 성장’ 정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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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부에서는 강경파가 추진하는 파업과 집회가 효과가 있겠느냐는 자조적 목소리도 높다. 우선 코로나19로 집회 개최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 민주노총이 4일 10만명 규모의 대규모 집회 계획을 경찰에 신고하자 서울시는 지역감염 확산 우려가 있다며 집회 취소를 강력 요청했고 결국 시위는 열리지 못했다.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에서 파업 등 투쟁에 동조해줄지도 미지수다. 현대차 노조에서부터 ‘특별연장근로는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개악하는 조치’라는 민주노총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울산공장에서 팰리세이드 등 인기 차량의 생산을 위해 특별연장근로 신청을 합의하고 ‘고용유지를 위해 임금 인상을 자제할 수 있다’는 입장도 우회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수차례 벌인 총파업도 참여율이 1% 안팎에 머물러 ‘뻥 파업’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받았다.

◇사회적 대화 시도조차 어려워… ‘5자 체제’ 불가피=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는 당분간 불가능하다. 이날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28일 본위원회를 열고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 합의안 서명식을 갖는다. 민주노총을 뺀 ‘5자 합의’로 합의안이 추인되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선거로 당선된 지도부 체제에서도 이뤄내지 못한 경사노위 참여나 노사정 합의문 추인을 비대위 체제에서 이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이번 대의원대회 투표에서 노사정 합의문은 61.7%의 반대로 부결됐다. 40%에 가까운 대의원이 찬성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은 당분간 투쟁도, 교섭도 하기 어려운 들러리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비대위의 일차적 역할은 내홍 수습”이라고 짧게 말했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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