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허리케인 '샐리', 美 남동부 강타…피해 키운 원인은 '지구온난화'

정전 속출·일부 지역 통행금지령

열대성 폭풍으로 약화됐지만

느린 속도로 지나며 피해 키워

15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샐리의 직격탄을 맞은 앨라배마에서 강풍으로 표지판이 흔들리고 폭우로 물이 범람하고 있다./EPA연합뉴스15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샐리의 직격탄을 맞은 앨라배마에서 강풍으로 표지판이 흔들리고 폭우로 물이 범람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샐리’가 강풍과 함께 곳곳에 물폭탄을 뿌리고 있다. 미국 중부시간 16시 현재 샐리는 열대성 폭풍으로 약해졌지만 느린 속도로 미국을 지나며 피해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가 커진 근본적인 원인에는 지구온난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샐리는 이날 오전 4시 45분께 2등급 허리케인으로 앨라배마주 걸프쇼어스 인근에 상륙했다. 시속 165㎞의 강풍을 동반한 샐리는 플로리다주 펜서콜라부터 앨라배마주 도핀섬까지 멕시코만 연안에 폭우와 홍수를 일으키고 있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펜서콜라의 해군 항공기지에서는 61㎝의 강수량이 기록됐고, 다운타운에서는 강수량이 1m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엄청난 강풍과 폭우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앨라배마와 플로리다에서 오전까지 50만 가구 이상이 정전 피해를 봤다. 배가 육지로 내동댕이쳐졌고, 펜서콜라 해변에서는 변압기가 폭발했으며 곳곳에서 큰 나무가 쓰러지고 건물 지붕에서 떨어진 금속 물체들이 거리에 굴러다니는 장면이 목격됐다. 미 언론은 바지선에 있던 건설 크레인이 뜯겨 나가면서 펜서콜라 만의 다리를 강타, 일부 구간이 붕괴했다는 사진도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16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샐리의 직격탄을 맞은 앨라배마에서 나무가 이동식 집을 덮친 광경을 한 아이가 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16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샐리의 직격탄을 맞은 앨라배마에서 나무가 이동식 집을 덮친 광경을 한 아이가 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펜서콜라가 속한 에스캄비아 카운티 당국은 이날 오후까지 침수 지역에서 최소 377명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보안관인 데이비드 모건은 나무 위에서 구조를 기다린 4명의 가족을 포함해 40명 이상이 1시간 만에 안전지대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당국은 카운티 내에서 사흘간 통행금지를 발표하면서 200명의 주 방위군이 지원을 위해 17일 도착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앨라배마주 모빌에서는 갑작스러운 홍수가 발생해 주민들에게 높은 곳으로 대피하라는 긴급 안내가 내려왔다.


샐리는 시속 7㎞의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탓에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NWS 모빌 사무소의 데이비드 에버솔 예보관은 “샐리의 움직임이 너무 느려 열대성 폭우와 강한 바람으로 해당 지역을 계속 강타할 것”이라면서 “악몽”이라고 했다. 기상 당국은 허리케인이 앨라배마와 조지아주 내륙으로 이동하면서 계속 강한 비를 뿌리고 일부 지역에서 갑작스러운 홍수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앨라배마,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일부 지역들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태를 예의주시 중이다. 오후에 접어들어 샐리는 시속 110㎞의 강풍을 동반한 열대성 폭풍우로 다소 약화했지만, 17일에도 앨라배마와 조지아 내륙에 폭우가 예상된다고 AP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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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샐리의 영향으로 미 플로리다주의 한 집이 심하게 피해를 입은 모습./로이터연합뉴스16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샐리의 영향으로 미 플로리다주의 한 집이 심하게 피해를 입은 모습./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허리케인의 느린 속도는 기후 변화로 약해진 제트기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미셸 맨 교수는 “(기후변화가) 허리케인의 감속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북극 온도가 높아지며 북극과 열대 지방 사이의 온도차이가 줄어들었고, 이 때문에 제트기류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약화한 제트기류가 북쪽으로 이동하면 대서양 인근에 있던 아열대 고기압이 함께 북상하는데, 아열대 고기압 지대의 바람 세기가 약하다 보니 여기서 발생한 허리케인 이동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국립해양대기청 역시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북대서양 허리케인은 지난 70년간 더 느리게 움직이고, 미국에 더 오래 머물렀다. 에릭 홀터스 기후과학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폭풍우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샐리가 뿌리는 폭우는 치명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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