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北 만행]"신분증·지갑 그대로 있는데…빚 있다고 월북? 소가 웃을 일"

■'이씨 친형' 이래진씨 인터뷰

동생180㎝…난간 낮아 실족 가능

실종 시간대 조류 서쪽으로 흘러

김종인 위원장, 26일 유족과 면담

인천해양경찰서가 25일 오전부터 수사관 7명을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 있는 무궁화 10호로 보내 선내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사망한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씨가 타고 있던 선박이다. 군과 정보당국은 이씨가 월북을 시도하다가 북측 해상에서 표류했고 지난 22일 북측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한 무궁화 10호 모습. /연합뉴스인천해양경찰서가 25일 오전부터 수사관 7명을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 있는 무궁화 10호로 보내 선내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사망한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씨가 타고 있던 선박이다. 군과 정보당국은 이씨가 월북을 시도하다가 북측 해상에서 표류했고 지난 22일 북측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한 무궁화 10호 모습. /연합뉴스



서해상에서 실종돼 북한에 의해 사살된 공무원 이모(47)씨의 친형 이래진씨가 국방부가 제기한 ‘자진 월북 가능성’에 대해 25일 “빚이 있었다고 해서 월북을 했다는 것은, 이것은 정말 소가 웃을 일”이라고 반발했다. 앞서 군과 정보당국은 첩보정보들을 근거로 동생 이씨가 월북했다는 주장에 무게를 뒀지만 이래진씨는 동생 이씨가 공무원증을 두고 표류했다는 점, 실종됐을 때 조류가 북쪽이 아닌 서쪽으로 흘렀다는 점을 들어 월북 가능성을 일축하고 군의 미흡한 대응을 지적했다.

이래진씨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동생이 키가 커서 그 난간에 허벅지 정도가 닿기 때문에 약간만 삐끗해도 실족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반박했다. 이래진씨는 동생 이씨의 키가 180㎝인 반면 그가 탑승한 무궁화 10호의 갑판 난간이 낮았고 실종 추정시간 역시 새벽이었기 때문에 실족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서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에게 피격돼 숨진 공무원 이모씨의 친형 이래진씨. /안산=연합뉴스서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에게 피격돼 숨진 공무원 이모씨의 친형 이래진씨. /안산=연합뉴스


이 같은 주장은 군이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 것과 대조된다.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실종자가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어업 지도선에서 이탈하며 본인의 신발을 유기한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점이 포착된 것을 고려해 현재까지는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자세한 경위는 수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보고를 들은 국방위 소속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국방부 보고 자체도 상당히 공감이 갈 만하게 보고가 됐다”며 월북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이래진씨는 이 같은 군 당국의 주장에 대해 “월북이 팩트가 아니라 군의 경계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래진씨는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동생의 신분증과 지갑이 배에 그대로 있었다”면서 “그런데 어떻게 동생이라고 특정할 수 있느냐. 어떻게 자진 월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지난 21일 실종된 뒤 북한 측에 의해 사살된 이모씨의 공무원증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지난 21일 실종된 뒤 북한 측에 의해 사살된 이모씨의 공무원증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동생 이씨는 당시 정상적으로 당직 근무를 하던 중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인천해양경찰서로부터 받은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동생 이씨는 21일 인천 웅진군 소연평도 남방 해상에서 무궁화 10호기를 타고 당직 근무를 하던 중 0시께 당직원에게 “문서작업을 한다”고 말하고 조타실을 이탈했다. 이후 같은 날 오전11시30분 무렵 점심식사 자리에 나타나지 않아 실종 사실이 확인됐다.


이래진씨는 동생 이씨의 실종시간을 오전2~3시께로 추정하면서 “조류의 방향이 강화도 방향이기 때문에 군에서 설명하는 월북이라는 용어와 단어가 전혀 근거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래진씨에 따르면 당시 동생 이씨는 선교(브리지)에서 0시에서 오전4시 사이에 야간근무를 섰다. 오전1시35분께는 문서작업을 위해 함교를 이탈했기 때문에 그 뒤인 오전2~3시에 A씨가 실종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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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진씨는 “바닷가 사람들이나 연평도에 사는 분들한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과연 이 사람이 월북을 이 방향으로 했다. 이게 근거가 맞습니까’라고 물어보면 전혀 아니라고 웃어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때를 잘 아는 동생 이씨가 조류가 서쪽으로 향하는 오전2~3시를 선택해 월북했을 리가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이래진씨는 “군이 경계 실패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월북을 부각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측에서 목격했을 당시 최소한 24시간 내지 28시간 정도 표류했을 것”이라며 “군은 왜 관측을 못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동생 이씨가 오전2~3시에 실종됐다면 북한이 그를 발견한 22일 오후3시30분께까지 25시간가량 북방한계선(NLL) 해상을 표류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이래진씨는 “그때까지 (동생을) 내버려두고 경고방송이나 그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왜 우리 국민이 거기에 떠밀려가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 당했는지, 왜 바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알고 싶다”고 성토했다.

한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이래진씨와 면담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리는 ‘북한의 우리 국민 사살·화형 만행 진상조사 TF’ 1차 회의에 이래진씨가 하태경 의원의 초청으로 함께한다.


김인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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