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거액 보너스·스톡옵션 파격제안..."인재유치로 CEO 능력 판단"

[디지털 뉴딜 시대 인재가 없다] <상> 사활건 인재확보戰

핀테크 스타트업, 해외 경력 개발자 묻지마 연봉 지급

네이버·카카오 등 대규모 공채...자체 교육 나서기도

"인력 양성하자" 일부기업 산학협력 등 자구책 마련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유스페이스몰 주변을 직장인들이 지나고 있다. 판교는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 등 국내를 대표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대거 위치해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인도 인근에 게임회사 넥슨·NHN 등 본사 건물들의 간판들이 보인다.   /성남=권욱기자지난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유스페이스몰 주변을 직장인들이 지나고 있다. 판교는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 등 국내를 대표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대거 위치해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인도 인근에 게임회사 넥슨·NHN 등 본사 건물들의 간판들이 보인다. /성남=권욱기자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과 비교해도 국내 인공지능(AI) 개발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 인력 확보가 중요한데 뽑고 싶어도 뽑을 개발자가 없습니다.”(한성숙 네이버 대표)

“데이터를 이해하고 가공·분석·적용할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데이터 처리 관련 인력을 보강하지 않으면 너무 힘든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여민수 카카오(035720) 대표)



네이버의 한성숙 대표와 카카오의 여민수 대표는 지난 12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린 ‘목요대화’ 때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업계의 가장 필요한 현안에 대해 말해보라고 하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인재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투톱’으로 불리는 두 회사의 대표가 국무총리에게 건의한 가장 큰 과제는 규제 완화나 진흥정책이 아닌 바로 인재부족이었다. ICT 관련 기업 종사자들은 물론 취업준비생들도 이직 및 취업 1·2순위로 꼽는 네이버와 카카오마저 이 정도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ICT 업계에서는 통상 인력채용 시 대규모 공채보다는 수시 경력 채용을 실시하지만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 등의 개발인력 채용은 예외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지난 9월 신입 개발자 대규모 공채 공고를 내고 채용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불과 두 달 만인 이달 18일 경력 개발자 대규모 공채 공고를 다시 냈다. 경력 개발자들이 워낙 부족한데다 다른 회사에서 일하던 인력을 데려오기도 쉽지 않아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채용을 진행하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개발자가 늘 부족한 상황”이라며 “여러 프로젝트와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이례적으로 대규모 공채를 추가로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역시 최근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는 핀테크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와 B2B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대규모로 경력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다. IC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석박사를 마쳤다고 해도 직접 현장에서 데이터를 다뤄본 경험이 없다면 뽑고 나서도 교육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결국 경력 채용을 우선순위로 하고 있다”며 “개발인력 공급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한 기업끼리 서로 핵심인재를 뺏고 뺏앗기는 경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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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기업들은 국내 인재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해외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해외에서 DNA 산업 관련 학회가 열리면 직접 찾아가 스카우트에 나서기도 하고 해외 기업의 유망한 연구자들을 물색하기도 한다. 한 ICT 업계 임원은 “한국 기업들이 북미 지역으로 학회나 출장을 가면 ‘AI 대가’로 꼽히는 제프리 힌턴 교수가 있는 캐나다 토론토대에 가서 힌턴 교수의 제자들을 영입하기 위해 눈도장을 찍는다”며 “같은 시기에 가면 같은 목적으로 토론토를 방문한 한국 사람들과 자주 마주친다”고 전했다.

기업 인지도가 떨어지고 인재 영입을 위한 ‘실탄’이 부족한 스타트업이나 중소 규모의 ICT 기업들은 경쟁이 더 치열하다. 쿠팡은 7월 경력 개발자 200명을 공개채용하면서 ‘사이닝 보너스 5,0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공고해 화제를 모았다. 토스·뱅크샐러드 등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핀테크 스타트업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한 개발자들을 리더급으로 영입하면서 ‘묻지 마 연봉’을 지급했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005930) 등 대기업에서도 눈독을 들였는데도 실리콘밸리 출신 개발자들이 핀테크 기업을 선택한 것은 연봉이나 처우가 대기업 임원급 이상이거나 스톡옵션 등 다양한 옵션을 붙였기 때문”이라며 “우수한 개발인력 영입경쟁에서 이기려면 파격적인 연봉 외에 회사의 비전이나 성장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인재를 채용할 때 회사 대표가 지원자에게 회사에 대해 어필하는 ‘역면접’을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투자유치뿐 아니라 인재유치도 대표의 능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은 기업 간 협력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카카오·삼성전자·SK텔레콤은 AI 협의체를 출범시켰고 KT 역시 KAIST·한양대 등과 ‘AI 원팀’을 맺고 개발인력 양성을 위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도 네이버 커넥트재단에서 ‘부스트 캠프’를 진행하기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교육·컨설팅 전문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와 손을 잡았다. 이활석 업스테이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 기술의 경우 이론이 검증받기까지 사이클이 한 달에 불과할 정도로 변화가 빠르다”며 “당장 현장에서 AI로 문제를 풀어낼 수 있도록 개발자들을 양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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