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대기업 고위직들을 만나 미국 바이든 시대에 남북경협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미국의 새 국무장관은 대북정책에 강경 기조를 가진 것으로 분류되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이 내정돼 우리 정부의 바람과는 멀어진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이 장관은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피콕스위트에서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LG 등 국내 기업,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경제단체, 현대아산·개성공단기업협회 등 남북경협과 관련된 인사들을 만나 “앞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치료제가 개발되고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는 과정에서 대북제재 유연성이 만들어질 기회가 생기면 남북경협은 먼 미래가 아니라 예상보다 좀 더 빠르게 시작될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정부는 리스크 요인 극복 등 남북경협 환경을 마련하고 북한 지역 개별관광이나 철도 도로 연결, 개성공단 사업 재개 등과 관련한 그 동안의 과제를 착실하게 준비하는 한편 아주 작지만 호혜적인 경협사업들을 발굴하고 추진해갈 생각”이라며 “남북관계 패러다임 전환이 예고되는 시점에서 미래에 대한 도전과 창의성이 생명인 기업이 남북번영시대 K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는 주역들이 되어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우리 정부의 입장에선 미국 대선 결과가 정세변화에 중요 변곡점”이라며 “아시다시피 바이든은 북한 핵능력 감축을 조건으로 정상회담 여지를 남겨두었고 대북제재 강화 완화에 적절한 배합을 통해 북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측면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북정책 유연한 접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한다”며 “지난 10월 당 창건 열병식 연설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인민 생활의 어려움 언급하며 내년 당 대회에서 부흥 번영 위한 방안 제시하겠다고 표방했는데 코로나19, 재해 등 3중고로 어려움을 겪은 북한으로서는 경제적 성과 창출에 훨씬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미국 워싱턴DC의 기류는 이날 이 장관 발언과는 다소 달리 흘러가는 분위기를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외교수장인 국무장관에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지명했다고 다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블링컨은 북핵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단호한 원칙주의자로 알려졌다. 블링컨은 북핵 저지와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3국 동맹’을 강조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지난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북핵 위기가 고조되자 대북제재 강화에 앞장서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하는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는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당시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핵을 포기하기도 전에 평화조약을 논의하려는 북한의 바람을 들어주려는 것 같다”며 “미국의 오랜 외교안보 정책과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북한을 ‘세계 최악의 수용소 국가(gulag state)’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지난달 한 대담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악의 폭군’이라고 비난했다.
오바마 1기 행정부때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당시 전시상황실(워룸)에서 바이든 당시 부통령을 밀착 보좌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빈 라덴 사살 작전 때 워룸 사진에서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군 수뇌부 등과 함께 사살 장면을 직접 지켜보는 모습이 포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