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자동차 연비 규제를 완화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지지 입장을 철회했다.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출범이 다가오면서 대기업들이 바이든 당선인 쪽으로 빠르게 줄을 서는 모습이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의 주요 환경단체 지도자들에 보낸 편지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도요타와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다른 자동차회사들에도 같은 조치를 촉구했다.
지난 3월 트럼프 행정부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입한 자동차 연비 강화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내년부터 2026년까지 연간 5%씩의 연비 개선을 요구한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규제를 폐지하고, 같은 기간 연간 1.5%씩만 신차의 연비를 향상하도록 해 자동차회사들의 부담을 대폭 줄여준 것이다.
이후 캘리포니아주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반발하며 자체적으로 배기가스 감축을 위해 연비 규제 기준을 강화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캘리포니아주의 조치를 무력화하기 위한 법적 소송에 나섰고, GM과 도요타 등 주요 자동차업체들도 연방정부의 입장에 동조했다.
그러나 배라 CEO는 이날 서한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최근 ‘우리가 전기차로 전환함으로써 자동차 시장을 다시 차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우리는 여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라며 바이든 당선인을 의식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대통령 당선인과 캘리포니아주, 그리고 GM의 야심 찬 전기화 목표가 자동차 배기가스를 대폭 줄임으로써 기후변화에 나란히 대응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자신이 바이든 정부의 환경보호청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매리 니콜스 캘리포니아주 대기자원위원장과 통화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GM은 지난 19일 2025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에 모두 270억달러(약 3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이 다가오며 GM이 완전히 입장을 뒤바꾼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GM은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바마 시대’의 연비 규제를 완화할 것을 앞장서 주장한 회사 중 하나다. 배라 CEO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 주에 바로 만나 배기가스 기준 완화를 직접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