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파티는 모차르트!, 엘리자벳, 레베카 등 대형 공연을 제작해 온 EMK뮤지컬컴퍼니의 자회사 EMK엔터가 선보인 작품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공연의 제약이 커지자 아예 온라인(비대면)을 기반으로 새로운 공연 형태를 모색한 것이다. 그 첫 결과물인 킬러파티는 EMK와 오랜 기간 작업해 온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가 미국에서 먼저 선보인 내용에 한국식 유머와 설정을 가미해 만들었다.
줄거리는 양수리의 한 저택에서 발생한 공연 연출가 정관장 살인사건의 범인 찾기다. 용의자는 저택에 초대받은 배우와 스태프. ‘자가격리·언택트 뮤지컬’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최소 인원·원데이 촬영’을 원칙으로 제작됐다. 10명의 출연 배우들이 각자 음악과 대본을 숙지한 뒤 녹음과 촬영에 참여했고, 촬영은 대부분 배우 각자의 공간에서 5명 이내의 인원으로 진행했다. EMK에 따르면 10명의 배우 중 분량·크로마키 작업이 많은 두 명을 제외하면 모두 하루에 촬영을 마쳤다. 이렇게 취합한 영상은 그 용량만 2테라바이트에 달한다.
다른 플랫폼에 대한 문법 이해가 단연 돋보였다. 온라인 공연은 다른 행위를 하면서 동시에 시청하는 경우가 많아 대면 공연에 비하면 집중도가 현격하게 떨어진다. 킬러파티는 평균 2~3시간의 대면 공연과 달리 10분 안팎의 에피소드 9편으로 만들어 관객의 집중력 분산을 최소화했다. 가장 분량이 긴 에피소드가 17분이다.
내용 면에서도 복잡한 추리와 서사 대신 B급 감성의 영상과 유머를 넣어 ‘가볍게 즐기는 스낵 콘텐츠’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정관장’이라는 이름의 연출가가 여배우에게 홍삼을 선물했다는 설정, 여배우 ‘나조연’ 역할을 맡은 ‘오뚜기 3세’ 함연지가 “쓰러지고 무너졌을 때 난 견디고 일어났었지 마치 ‘오뚝이’처럼”이라고 노래하는 장면, 노래방 영상을 연상케 하는 ‘의도된 촌스러운 합성’ 등 시선을 사로잡는 양념을 적절하게 배치했다. 사건 용의자들이 수사를 받기 위해 각각 다른 방에 대기하면서 부르는 노래 ‘갇혔어’의 가사는 ‘집콕’에 지친 이들에게 묘한 공감과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도대체 얼마나 여기에 갇혀야 하나 두려워. 지루해 짜증 나, 나 혼자 갇혔어 이 감옥 속에.’
스토리와 형식은 다소 가볍지만, 배우들이 들려주는 주요 넘버들은 인상적이다. 알리(윤채아 역)가 극 중 극 형식으로 부르는 ‘바다 위의 서커스’, 김소향(주인경 역)이 자신이 바라는 배역을 기다리며 선보이는 ‘내 차례를 기다려’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파워풀한 가창력이 돋보인다. 모두 함께 부르는 ‘증기선 위엔 멍청이들뿐’의 중독적인 리듬도 내내 귓가를 맴돈다.
다만 신선함을 넘어 하나의 독자적인 장르로서의 가능성을 평가하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다. 개별 촬영된 ‘1인 장면’이 반복되다 보니 산만하고, 피로감이 느껴진다. 완벽하게 짜인 무대와 라이브가 어우러진 기존 뮤지컬과 정교한 영상·편집으로 만들어진 웹 드라마 사이에서 ‘유료 콘텐츠’로서 소비자를 유인할 킬링 포인트가 약하다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배부르진 않아도 다음이 기대되는 의미 있는 첫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