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약 4년 만에 한국 게임에 대한 ‘한한령’(한류 제한령·限韓令)을 풀고 국내 중견 게임사 컴투스(078340)의 게임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발급했다.
3일 컴투스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전날 컴투스의 게임 ‘서머너즈 워 : 천공의 아레나’에 외자(외산) 판호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서머너즈 워’는 2014년 6월 글로벌 출시한 컴투스의 대표 모바일 RPG 게임으로 현재까지 약 90개국에서 매출 1위에 올랐다. 올해 분기별 컴투스 해외 매출의 80% 이상인 1,000억원 이상이 이 게임에서 나왔다.
중국이 한국 게임에 대해 외자 판호를 내준 것은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이 시행된 후 약 3년 9개월간 한국에 대해서는 외자 판호를 한 건도 내주지 않았다.
이와 더불이 중국은 ‘아동·청소년 근시 방지 조치’, ‘미성년자 온라인게임 과몰입 방지 조치’ 등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산 게임에 대한 내자 판호 발급 총량까지 줄이고 있다. 실제로 게임 판호 발급 건수는 2017년 9,368건에서 2018년 2,064건, 2019년 1,570건, 올해 상반기 609건으로 줄어들었다. 외자 게임 판호 건수는 2017년 467건에서 2018년 55건, 2019년 185건, 올해 상반기 27건으로 줄었다.
중국 당국이 컴투스 게임에 돌연 판호를 발급하면서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한한령이 풀리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이는 중국의 계산된 행동”이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후로 한미일 동맹이 공고해지는 데 불안감이 있어서 한한령을 해제할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주고 한국 반응을 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위 교수는 “판호 전체 건수가 과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으로 줄어든 만큼 이번 발급이 일회성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외교부와 국내 게임 산업계가 ‘이제 풀렸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판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2박 3일간 한국을 방한했다. 왕 부장은 한한령 철회에 대해 “지속적인 소통을 희망한다”며 즉답을 피하면서 “한국이 민감한 문제를 적절한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사드 철회 주장만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