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대국민 사과 강행 방침을 고수하면서 국민의힘 내부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굴종의 길”이라며 비판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탄핵의 강을 건너자”며 지원하며 보수진영도 분열하는 양상이다.
김 위원장은 8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을 향해 “여러분이 다소 불편한 점이 있어도 당이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국민의 마음을 우리 편으로 돌려서 나라를 정상화할 기회를 다시 한 번 잡을 것인지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탄핵 사태 4년째를 맞는 9일께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겠다는 의지와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결국 (내년)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다. 이 보궐선거가 우리 당에 절체절명의 선거”라며 “이 기회를 놓친다면 국민의힘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여기 비대위원장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안주하려고 온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협조를 당부했다.
전날 부산 중진 장제원 의원 등은 김 위원장이 추진하는 대국민 사과를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또 지도부인 주호영 원내 대표도 전날 의총에서 정기국회 마지막 여당의 입법 독주를 막는 데 전념하기 위해 사과 시기를 조율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지도부 간의 이견이 표출되고 중진 의원들마저 반대하면서 당내 의견도 엇갈리는 상황이다.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를 막는 와중에 김 위원장이 대국민 사과 시기를 잘못 잡았다는 의견과 차기 당권을 두고 중진 의원들의 개별 행동마저 가세하면서 국민의힘을 넘어 보수진영이 자중지란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는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울산(PK), 수도권 등에서 정서가 다 다르다”며 “사과 시점도 의원들이 여당의 입법 폭주를 막기 위해 1인 시위까지 나서는 내일이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초선의 배현진 의원도 “김 위원장이 착각하고 있다”며 “수시로 직을 던지겠다는데 어른의 자세가 아니다”고 다시 반박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는 굴종의 길”이라며 “(김종인·주호영 등) 탄핵의 공동 가해자가 피해자를 대리해 사과한다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고 도리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탄핵의 강을 넘어서자”며 김 위원장을 지원했다. 유 전 의원은 “탄핵을 둘러싸고 보수는 지난 4년간 극심한 분열을 겪어왔다. 그 분열의 결과는 선거에서의 참담한 연패였다”면서 “그러나 아직도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탄핵 때문에 보수가 분열하면 과연 누가 좋아할까”라면서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놓고도 정권 연장을 자신하는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다. 그들이 다음 선거에서도 이길 거라고 큰소리치는 것은 보수가 탄핵으로 또 분열할 거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