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3일 ‘선(先) 입당, 후(後) 경선’을 고집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나는 대권을 포기했다. 그쪽은 뭘 내려놓았느냐”면서 압박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한 안 대표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 뒤 강공을 펼치면서 국민의힘이 수세에 몰리는 분위기다.
안 대표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입당과 관련해 “논의해볼 수는 있다”며 “다만 그것이 선거에서 승리할 방법인지, 외연 확장이 가능한 방법인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앞서 안 대표를 향해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버리고 대의(大義)를 좇아야 한다”며 입당 후 경선을 주장했다. 당내에서도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 선두에 있는 안 대표를 향해 “제1 야당이 꽃가마를 태워줄 수 없다”는 주장이 분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자기들 당원을 다 갖고, 자기 조직 내에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라는 것은 자기들이 꽃가마를 타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나는 정치하면서 꽃가마를 탄 적이 없다. 양보를 받은 적이 없다”며 “나는 대선후보를 내려놓았는데, 그 사람들은 뭘 내려놓았나”라고 되물었다. 본인의 입당을 원하면 국민의힘이 당원 투표 20%, 여론 80%인 본선 경선 룰을 바꾸라는 압박으로 읽힌다.
국민의당에서는 지난 4·15총선에서 ‘지역구 무공천’으로 국민의힘을 도운 안 대표가 내년 4월 보궐선거까지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다. 안 대표는 “상황이 워낙 절박하다. 이번 선거에서 지면 제1야당은 와해, 공중분해,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단일화가 실패하면 야권은 시장 선거에서 이길 수 없고 대선도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야권 단일화에 공감하면서도 국민의힘 주도의 단일화에 무게중심을 두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를 위해 안 대표와의 경선을 위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차출설까지 제기되는 형편이다. 인지도를 갖춘 국민의힘 후보를 통해 안 대표와의 경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뒤 국민의힘 후보를 야권의 단일화된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우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이번 주 출범하기로 한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미루려는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주말 사이 안 대표와 서울시장 선거를 둔 당 안팎의 기류를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