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소가 종종 산림&생태계 훼손으로 이어져 욕먹는 경우가 있죠. 햇빛을 흡수하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려면 공간이 필요한데, 들판이나 산자락의 초목을 베어내고 설치해버리는 경우예요.
그런데...건물이나 공장 옥상에 설치한다면? 자연 파괴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지죠. 그리고 그 과정을 전문 기업이 도맡아서 해 준다면? 심지어 내 집 옥상이 아니라도 그 과정에 동참할 수 있다면?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하단 소식에 지구용이 달려갔어요. 태양광 플랫폼 회사 에이치에너지의 함일한 대표님으로부터 들은 신박한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모두의, 모두를 위한 발전소
Q. 사업 구조가 궁금해요.
A. 투자자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이 주체가 되는 사업이에요. 건물 옥상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 위한 인허가 작업, 시공사 물색과 실제 공사, 유지·관리는 위탁운영사인 에이치에너지가 도맡되 모든 수익은 협동조합으로 들어가죠. 에이치에너지는 20년간 고정된 위탁운영비만 받기로 했어요. 시장을 키우기 위한 초기 투자 차원으로요.
여기서 수익이란, 옥상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해 전력거래소에 판매한 금액을 의미해요. 전력거래소와 모햇은 20년간 똑같은 가격으로 옥상발전소의 전기를 사겠다는 ‘장기고정가격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모햇 투자자들이 외부 변수(유가, 물가 등등)와 상관 없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고요.
보통 태양광 사업은 금융기관(특히 해외 자본)이 자금을 대는 대신 많은 수익을 얻어가는데, 우리 사업은 그런 금융기관이 끼지 않으니까 협동조합이 온전히 수익을 가져갈 수 있어요. 태양광 모듈, 발전소 설계, 유지·관리 각각의 인재를 다 갖고 있지 못해서 하청에 하청을 주는 일도 없고요. 덕분에 지역 태양광 시공사들에게도 더 수익이 돌아가게 되고요.
Q. 협동조합 체제가 잘 운영이 되나요?
A. 조합이라고 하면 흔히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 결성되는 ‘재건축조합’의 부정적 이미지라든가 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되는 사회운동의 이미지가 강한데, 협동조합은 법적인 개념이에요. 자본주의 경제에서 법인과 마찬가지고 정관과 규약에 따라 운영되죠. 출자(자금을 투자)하는 조합원들이 과반수로 의사 결정(투자 금액 상관 없이 1인 1의결권)을 하고요. 조합원 전체의 의지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인 셈이에요. 각 지역별로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하고 쓰고 판매하는 구조에 가장 걸맞은 게 협동조합이죠. 실제로 일본도 지자체마다 ‘신전력협동조합’이라는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이 흔하고요.
그리고 ‘다수가 이익을 볼 수 있는 플랫폼 사업’은 협동조합이란 구조로만 가능해요. 건물 옥상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면 그 지역의 누군가가 돈을 벌어가죠. 이걸 지역화폐랑 연계하면 지역 내에서 소비도 이뤄질 거고요. 기존 시장에선 이걸 못하지만, 협동조합 구조로는 가능해요. (협동조합 개념, 관련법 자세히 알아보기)
착취적이지 않은, 에너지 권력구조
Q. 그럼 그냥 ‘태양광 플랫폼 사업’이 아니라 ‘태양광 투자 플랫폼 사업’을 하시는 이유는요?
A.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는 이미 자본주의의 선택을 받았어요. 금융사들이 화석연료 산업에 투자하는 기업엔 비싼 금리를 받는다든가, 기업들에게 RE100(기업 활동에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한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재생에너지는 이제 환경운동이나 시민운동으로 볼 일이 아녜요. 이미 자본의 게임이고 석유에서 재생에너지로 권력의 이동이 시작된 거예요.
그런데 햇빛은 무한하지만 (태양광 발전소를 세울) 입지는 유한하잖아요. 앞으로 3~5년 사이 태양광 발전소의 소유권이 정리가 될 거예요. 그런데 그 소유구조가 착취적이지 않은, 합리적인 구조일 수는 없을까 싶었죠. 그럼 시민들이 소유하면 되겠다, 그리고 시민이 가질 가장 쉬운 방법으로 옥상 발전소(와 모햇)를 고른 것이고요.
Q. 그럼 투자 리스크가 정녕 없단 말입니까?!??
A. 몇 가지 있죠. 첫 번째는 햇빛이란 변수. 그런데 지난 수십년 통계를 보면 일사량은 안정적이죠. 투자자 입장에선 낮은 리스크라고 봐요. 두 번째는 사고(태풍 등) 가능성. 그래서 태양광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요.
세 번째는 유지·관리. 기술적인 문제들인데, 저희는 다른 태양광 플랫폼과 달리 기술 기반의 회사에요. 태양광 발전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데이터로 진단하고 수리·교체, 전력 판매까지 다 플랫폼으로 만들어져 있어요.
네 번째는 운영자의 배임(투자자들의 이익을 저버리고 운영자의 이익을 위해 저지르는 범죄)인데, 조합원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이니까 그럴 걱정은 없죠.
마지막으로 에이치에너지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회사 도산 등등)? 그렇다 한들, 협동조합에서 다른 위탁운영사를 찾으면 돼요. 그들이 저희보다 운영 비용을 좀 더 높게 책정할 수는 있겠지만요.
(에디터 주 : 물론 원금 보장은 안 돼요. 예금·적금이 아니라 투자 상품이니까요. 위의 설명을 보고 원금 손실이 날 가능성을 각자 판단해보기로 해요)
놀라운 옥상 태양광의 힘
Q. 건물주 동의를 얻기 쉬운 편인가요? 아파트 옥상은 어때요?
A. 건물주에게 주는 임대료를 좀 높게 책정했어요. 외부 금융기관을 끼지 않아서(=외부로 수익이 빠져나가지 않아서) 가능한 일.
아파트 옥상은 면적 자체가 작은 반면 공사비는 50% 정도 더 들어요. 또 주민 동의를 일일이 구해야 해서 너무 어렵고요. 주민들이 먼저 나서서 진행한다면 모를까..
Q. 태양광 사기도 있다던데, 어떻게 조심하면 될까요?
A. 우선 운영·관리가 잘 되는지 확인해야 해요. 가장 많이 생기는 문제거든요. 예를 들어 ‘농협 태양광 사기대출’ 사건. 뜯어보면 사기는 아닐 수 있는 사건이에요. 하지만 농협은 농민들을 상대로 대출만 해줬고, 설치 회사는 설치만 하고 끝냈고, 결과적으로 유지·관리를 맡을 사람은 없이 농민들만 남은 거죠. 3억원의 빚을 안은 상태로요. 운영·관리를 누가 책임져줄지를 봐야 돼요.
두 번째는 인허가 이슈. ‘레즐러’라고 태양광발전소 개발사가 있는데, 많은 투자금을 모았지만 정작 발전소 인허가가 늦어지는 바람에 자금난에 처하게 됐어요(관련기사). 다행히 에이치에너지는 옥상 발전소니까 인허가가 어렵지 않은 데다, 인허가를 받아놓고 자금을 투입하기 때문에 걱정이 없어요.
Q. 옥상 태양광으로 얼마나 전기를 만들 수 있어요?
A. 우리나라 옥상 면적은 국토의 1.5%에 불과해요. 그런데 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50년까지 이 중의 25%만 활용한다 쳐도 연간 발전량이 177테라와트시(TWh)에 달할 거라고. 2018년 우리나라 총발전량(570TWh)의 31%나 되는 양이에요. 에이치에너지가 작년에 경기도 화성시랑 태양광 개발 협약을 맺으면서 조사해봤는데, 화성시 공장들 지붕에만 태양광 패널을 올려도 3기가와트(GW)(=원전 3기 분량) 정도 생산이 되겠더라고요. 알고 보니 옥상 자원은 많은 나라...환경 파괴나 주민 민원 문제도 적고요.
에디터가 귀가 얇긴 하지만...듣고 나니 태양광 발전소 투자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이 생겨나더라고요. 일단 누구든 태양광 발전소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게, 그러면서 탄소저감에도 기여하고 수익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게 좋아 보였고요. 그래도 끝까지 의심을 해본다면 이런 사업 구조를 만든 에이치에너지의 선의를 의심해볼 수는 있겠죠. 에너지 시장의 권력 이동이라든가 시민들의 참여, 해외 자본 없는 사업 운영 같은 이야기를 내세워서 순진한 사람들을 속이는 거 아냐? 싶을 수도 있고요. 물론 그런 걸로 속이기보단 수익률 20, 30%로 속이는 게 더 쉬울 것 같긴 하지만요.
판단은 용사님들 각자에게 맡길게요. 대신 더 참고하시라고 대표님 인터뷰 영상 링크(사이언스논픽션, 포항MBC) 두고 갈게요. 참, 지구용은 에이치에너지와 아무런 관계가(특히 금전적!) 없다는 점 다시 한 번 알려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