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가 비투비(BTOB) 입니다.”
그룹 비투비 임현식이 신보 기자간담회에서 자신 있게 말했다. 그의 설명에 바로 수긍이 간다. 자신들만의 색깔을 찾은 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고유 명사로 만들어 버렸으니. 어느 누군가의 것을 따라갈 필요도, 따라 할 이유도 없는 이들이다.
비투비(서은광, 이민혁, 이창섭, 임현식, 프니엘, 육성재)는 지난 2일 미니 12집 ‘윈드 앤드 위시(WIND AND WISH)’를 발표했다. 군백기(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를 마치고 2막을 연 정규 3집 ‘비 투게더(Be Together)’ 이후 1년 3개월 만의 작품이다.
오랜 만에 봄 시즌에 컴백한 이들은 앨범에 밝은 에너지를 가득 담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이다. 행운을 의미하는 네잎클로버 로고가 비투비 영문 팀명을 표현한 것도 눈에 띈다.
타이틀곡 ‘나의 바람 (Wind And Wish)’은 앨범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노래다. 불어오는 바람(윈드)에 사랑하는 당신의 행운과 행복을 바라는 바람(위시)를 담아 전한다는 중의적인 뜻이다. 누군가를 향한 응원과 추억이 살아가는데 힘이 된다는 긍정적인 가사가 인상적이다.
희망적인 노랫말은 비투비의 목소리를 통해 울림이 배가된다. 의외로 가슴을 벅차게 만드는 가사는 ‘우워! 어우어(Woo Ah Woah)’라고 반복되는 부분이다. 첫 소절부터 시작해 후렴구, 마지막까지 되풀이되는 이 구절은 기분 좋게 부는 따스한 봄바람 같다. 비투비 노래의 시그니처가 된 합창 엔딩은 화창한 봄날 그 자체다.
비투비의 노래를 꽉 채우는 건 보컬만이 아니다. 타이틀 작자인 임현식이 꼽은 것처럼 랩 포지션인 프니엘의 파트는 ‘나의 바람’의 화룡점정이다. 프니엘은 싱잉 랩으로 파트를 소화하며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곡의 위트를 더했다. 여타 아이돌 그룹과 다른 개성을 갖고 있는 비투비는 래퍼들의 스타일도 뚜렷한데, 특히 프니엘은 트렌디함을 가미하는 조미료 같은 존재가 됐다.
무대가 기대될 수밖에 없다. 휘황찬란한 퍼포먼스가 없더라도 즐기면서 노래하는 이들의 모습에 빠져들게 된다. 짜여진 대로, 연습한 대로가 아닌 진정으로 음악을 표현하는 가수의 모습이다. 실력이 뒷받침되니 무대 위에서 자유로운 것은 물론, 여유까지 한가득이다. 간혹 자잘한 실수나 장난스러운 모습이 보일 때 관객도 함께 웃을 수 있는 게 그런 이유다.
현재의 비투비는 데뷔 초 자신들이 목표했던 그림이다. 줄곧 ‘장수돌’을 염원했던 이들은 5세대 아이돌의 문이 열린 시기에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현역이다. 요행이 아닌 실력으로 얻은 시간이기에 탄탄하다. 이미 ‘K팝 발라드 선두주자’라는 수식어의 주인공이 됐고, ‘비투비 표 발라드’는 설명하지 않아도 아는 고유명사가 됐다. 여기에 차곡차곡 쌓은 자체 프로듀싱 능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그렇기에 숫자로 매겨지는 성적이 이들을 대변하지 못한다.
비투비가 덧칠해 갈 그림은 아직 많이 남았다. K팝의 반경이 전 세계로 넓어진 가운데, 비투비는 자신만의 색깔로 그림의 완성도를 높여간다.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다고 해서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다. 영어 가사로만 이뤄진 후렴구의 곡을 수록한다든가, 댄스 챌린지를 도전하는 정도다. 팝스러운 음악에 껴 맞추기보다 비투비라는 장르의 연장선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비투비만의 색깔을 지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