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5조 대어' HMM 매각 개시…인수전 초반 후보군 살펴보니[시그널]

현대차·포스코·CJ·LX 거론됐으나

"업계 이야기일 뿐" 일단 선 그어

SM그룹은 인수 참여 공식 선언

영구채 전환·실적 하락 등 변수도





국내 최대 해운선사이자 올 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HMM(011200)이 매각 작업을 시작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초기 인수 후보군에 대해서도 업계 관심이 모아진다. 현대차(005380)와 포스코, CJ(001040), LX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SM그룹은 가장 먼저 인수 의사를 밝혀 주목 받는다.



HMM 경영권 매각을 주관하는 삼성증권은 지난 20일 매각 공고를 내고 다음달 21일까지 한달 동안 예비 입찰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후 본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거쳐 연내 최종 인수 계약을 체결한다는 목표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20.69%)과 한국해양진흥공사(19.96%)가 보유한 HMM 지분 전체다. 여기에 양사는 보유 중인 HMM의 2조7000억 원 규모 영구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중 1조 원 어치를 매각 대상에 함께 포함시켰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구주 매각 대금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약 4조 원이다. 이에 따라 전체 거래 규모는 5조 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HMM 주가는 매각 공고가 나온 직후인 21일 전일 대비 5.91% 하락한 1만9100원에 종가를 형성했다. 시가총액이 하루만에 5868억 원 줄면서 9조3407억 원을 기록했다. 산은과 해진공이 영구 CB와 BW 1조 원 어치를 주식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자 지분 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은행은 HMM의 새 주인으로 규모가 탄탄한 기업을 우선시 한다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HMM 인수를 통해 해운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있고 경영능력도 수반된 주체가 인수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SM그룹이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하며 앞서 나가는 형국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최대 4조5000억 원이라는 구체적 인수 가격까지 제시했다. 다만 산은이 HMM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인수에 응하겠다고 밝혀 SM이 실제 인수전에 나설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SM그룹은 대한해운과 대한상선, SM상선 등 관련 사업을 하는 계열사를 다수 보유했다. 국내 최대선사인 HMM 인수를 통해 덩치를 더 키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SM상선은 지난해부터 HMM 주식 매입에 속도를 내면서 현재 지분율이 6.56%까지 늘어난 상태다.



현대차그룹이 HMM을 인수하면 해운업 진출이라는 단순 사업적 의미 뿐 아니라 옛 현대의 주요 사업 중 일부를 되찾는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HMM의 옛 이름은 현대상선이다. 또 완성차 운송은 물론 벌크선 사업까지 하고 있는 계열사 현대글로비스와 시너지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해외에서 대부분의 철강 원료를 들여오는 포스코는 완제품 수출 비중도 높아 물류나 조선 관련 사업 시너지가 충분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런 배경 탓에 꾸준히 HMM 인수 후보로 거론돼 왔다. 실제 2003년엔 일본 미쓰이물산과 합작해 물류 회사 포스코플로우를 설립한 적이 있었을 만큼 물류업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CJ대한통운, LX판토스 등 핵심 계열사를 통해 해운 물류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CJ그룹, LX그룹도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두 회사는 현대차나 포스코 대비 보유 현금이 적거나 재무구조가 열위라는 점에서 실제 인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대기업들이 대부분 인수에 소극적인 자세여서 예비 입찰 마감 후 실제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HMM 인수설에 대해 "업계에서 나온 이야기일 뿐 현재 공식 입장을 낼 것이 없다"고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도 "올 초 실적 발표 설명회에서 인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고 현재까지도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CJ 역시 최근 그룹의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하면 수 조원이 드는 HMM 인수에 참여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CJ 관계자는 "HMM 인수설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으며 LX 관계자도 "현재 입장을 밝힐 것이 없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매각 작업이 이제 막 스타트를 끊었다는 점, 인수를 위해서는 조 단위 자금이 투입된다는 점 등을 들어 대기업들이 초반부터 인수 참전을 공식화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꺾이고 있는 해운업황 역시 매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HMM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30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90.3% 감소했다. 증권가는 올 해 HMM의 잠정 영업이익을 1조869억 원으로 전년 대비 89%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 단위 자금이 필요한 HMM 인수를 결단하려면 SM처럼 그룹 전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충분한 명분이 필요하다"면서 "인수 의지는 있으나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이 큰 자금을 보유한 사모펀드 등 금융권과 연합해 등장할지도 지켜봐야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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