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3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한 회의에서 한국·미국 정부와 러시아·북한 정부 대표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놓고 거센 공방을 벌였다. 특히 미국 측은 “북한군이 러시아를 위해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들어간다면 그들은 반드시 시체 가방에 담겨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하며 북한군 러시아 파병에 대한 반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이날 안보리 회의는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안보 유지를 골자로 최근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회의는 우크라이나 요청으로 개최됐으며 한국과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슬로베니아, 몰타가 우크라이나의 요구에 동의했다. 이사국뿐만 아니라 당사국 자격으로 북한도 참석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이 자리에서 “북한군은 정당한 군사 목표물이 되어 총알받이 신세가 될 우려가 있고, 그들이 러시아로부터 받기로 된 돈은 김정은 주머니에 들어갈 것”이라며 “같은 한민족으로서 이들에게 개인적으로 연민이 느껴지며 이들이 휴전선 이남에서 태어났다면 훨씬 더 좋은 삶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자국민을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북한 정권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 대사는 이어 “북한군의 전선 투입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것으로 보이고, 60만 명 이상의 러시아군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어떤 일이 북한 병사들에게 발생할지 잘 알고 있다”며 “북한은 현대전 전투 경험을 얻게 될 것이고 러시아로부터 반대급부로 식량과 연료뿐 아니라 첨단 군사 기술 및 물자도 요구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우방국들도 러시아, 북한 비판에 가세했다. 일본 야마자키 카즈유키 대사는 “일본은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에 파견되어 군사 훈련에 참여했다고 믿을 만한 정보를 확인했다”며 “이는 안보리 결의의 노골적인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지하고 국제 비확산 체제를 약화시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김성 대사가 직접 회의에 참석했다. 김 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다양한 전차, 전투기 등 다양한 군사장비 공급을 확대해 왔다”며 “중요한 점은 우크라이나가 지난 6월 러시아 영토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이어 “북한과 러시아는 정치, 경제, 군사 및 문화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양자 관계를 발전시킬 권리가 있고, 이는 북러 조약에 따라 국제법상 규범에 완전히 부합한다”며 “만약 러시아의 주권과 안보 이익이 미국과 서방의 지속적인 위험한 시도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면 우리는 그에 따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김 대사의 발언을 들은 로버트 우드 미 차석대사는 답변권을 행사해 “이런 (안보) 불안정 행위들은 유럽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거듭 우려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들어간다면 그들은 반드시 시체 가방(body bags)에 담겨 돌아올 것”이라며 “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충고하고 싶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