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단독]김진표 "기업 옥죄기 과도하게 부각…중진들이 나서 균형 잡을 것"

기업법안 등 규제 일변도 탈피...부동산 공급 확대 강조

디지털뉴딜 등 대표 혁신기업 1,000곳 선정 내달 발표

"김종인 체제후 野로 쏠린 이슈 주도권 재선점" 포석도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이 지난 14일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태년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김진표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이 지난 14일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태년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 여당의 핵심 ‘경제통’으로 꼽히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이 ‘기업 옥죄기’ 규제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그만큼 현 경제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상황은 악화일로인데 정부 여당뿐만 아니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에 협조할 뜻을 보이자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수정해 제시한 것이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국무조정실 실장에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 교육부총리와 경제부총리를 각각 역임하는 등 현 집권여당의 주요 정책 비전을 설계한 산증인이다. 특히 현 정부에서도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정부 출범의 산파 역할을 했다. 그랬던 그가 정부 여당이 드라이브를 거는 기업규제 3법의 속도 조절을 요구하며 기업 활력을 찾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경제의 불확실성을 우선 제거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의장은 민주당이 28일 발족한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을 맡으며 첫 일성으로 “공정경제 정책이 기업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꺾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규제 3법뿐만 아니라 부동산 정책과 기업 관련 법안 전반에 전제된 규제 일변도를 탈피해 합리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문회의가 당 대표의 자문기구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낙연표’ 경제정책의 상당수 큰 그림이 앞으로 김 의장을 중심으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김 의장이 이날 자문회의 의장으로 처음 제시한 부동산 공급 정책과 기업 활성화 정책, 혁신기업 육성 정책 등을 통해 향후 이낙연 대표 체제의 민주당 경제 정책 방향성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우선 “부동산시장 안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시장에 공급 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 사전 분양 등의 조치가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기관 간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 단체장이 민주당 출신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원활한 조율이 가능하다”며 “당국이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매매와 전세시장의 안정을 이끌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 정부의 규제 정책과 달리 전향적인 공급 정책을 제기해 부동산 정책 기조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경제부총리 시절 김 의장은 집값 급등이 문제가 되자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시민단체 등의 요구에도 ‘사회주의적 조치’라며 단호하게 거절하고 부동산 공급물량 등의 대책으로 맞선 바 있다.


‘기업 옥죄기’가 아닌 ‘기업 기 살리기’ 정책으로의 전환도 분명히 했다. 김 의장은 “코로나19로 피해가 극심해지는 상황에서 공정경제 3법의 속도를 조절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미래에 확신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여당이 견인해야 한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려면 기업이 반드시 필요하고 결국 기업이 투자계획을 세우고 거래선을 찾아 마음껏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상공인과 관련해서도 “비대면 사회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온라인 판매망을 확충해주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자영업자들은 직업교육 및 취업알선을 지원해 고용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혁신기업 육성 방안도 기업 기 살리기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 등 각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할 혁신기업 1,000곳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해당 기업 명단은 오는 10월29일 자문회의 첫번째 회의에서 이 대표가 발표할 계획이다. 김 의장은 “국책은행과 민간자금이 혁신기업에 투자해 기업이 생기를 찾도록 만들 것”이라며 “기업이 생기를 찾으면 부동산에 2,000조원이 묶여 있는 유동자금도 기업 투자로 이어져 자금의 선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균형’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기업규제 3법의 속도 조절을 언급하면서도 “혁신성장전략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균형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재선 의원 중심으로 당의 입장이 대외에 전달되는 것에 대해서도 ‘중진’의 균형성을 강조했다. 실제 이번 자문회의는 3선 이상의 국회 상임위원장들이 분과위원장을 맡았다. 그동안 상임위 여당 간사급이 맡았던 분과위원장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중진의 목소리를 키우겠다는 목표에서다. 그는 “당이 초재선 중심으로 움직이는 면이 있어서 자문회의는 3선 중진으로 꾸렸다”며 “초재선 중심만으로 대외적인 메시지가 반영되다 보니 실제보다 ‘기업 옥죄기’가 과도하게 부각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험이 풍부한 중진들을 중심으로 균형감 있는 목소리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기업규제 3법의 경우도 김종인 위원장이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야당과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순한 정치공학적인 접근이 아니라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균형을 찾는 법안으로 거듭 나야한다는 얘기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 의장의 전향적인 정책 제언이 야당에 정책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등의 여당 주도 정책들이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슬며시 야당 쪽 이슈로 넘어가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주도권을 확보하고 집권 여당으로서 균형감 있는 정책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목표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송종호·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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